베트남의 집 도마뱀 이야기
한국분과 만나서 이야기 하다가 도마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한번은 이 글을 적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알고 보면 참 귀여운 놈인데, 아직도 이 도마뱀을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적어 봅니다. 베트남에서 자주 보는 놈인데, 계속 소리지르면서 도망을 다니기는 힘드니까요. 호텔에서도 클레임을 걸어보니 빗자루로 쫓아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으니 말이죠.
베트남에는 아직은 환경이 깨끗해서(?)인지 벌레가 참 많습니다. 물론 날씨나 기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말이죠. 제가 지금 거주하는 12군은 베트남에서도 변두리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나무도 많고 포장되지 않은 곳이 많다 보니 벌레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벌레를 먹고 사는 놈들도 많습니다. 닭도 있고, 사람도 있고,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Thach sung(이하에서는 탁숨이라고 하겠습니다.)도 있습니다. 제가 이 탁숨을 유심히 보기 시작한 것은 친구 딸이 이 탁숨을 보면 작은 막대기를 들고 쫓아 다니면서 아주 즐거워하기 때문이죠. 도망을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신나서 웃음을 지웁니다. 아마도 그 뒤뚱 거리며 도망가는 모습이 작은 꼬마에게는 웃음을 주는가 봅니다. 가끔 저도 막대기를 들고 장난을 치면 친구 딸은 좋아서 크게 웃음을 짓습니다. 제가 사전을 찾아보니 탁숨의 한국어는 집 도마뱀으로 단어 설명이 되어 있더군요. 작아서 그렇지 이 놈도 도마뱀의 일종인가 봅니다.
탁숨은 낮에는 잘 나오지 않는데, 해가 지고 나면 어두울 때 나타납니다. 그리고 벌레가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항상 잠복(?)을 합니다. 도망가는 속도가 빨라서 잡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끔 천장에 붙어 있다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제 손바닥에 한번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친구말로는 사람을 문다고 하면서 잡지는 말라고 하더군요. 제 손바닥에서 팔을 타고 넘어 갈 때의 느낌은 참 부드러웠습니다. 아마도 발에는 무슨 빨판 같은 것이 있는지 벽을 잘 타고 다닙니다. 베트남에서 스파이더맨 대신에 탁숨맨이라는 영화를 한번 만들어 볼 만도 한데… 불결하게 똥X에서 거미줄 빼지 않고도 얼마던지 벽을 탈 수 있으니 말이죠. ^^;;;전등 주변으로 해서 벌레가 많이 모이니 전등 주변으로 자주 보입니다. 한번은 제가 코너에서 코너로 계속 몰고 다니니 지쳤는지 더 이상 도망을 가지 않고 가만히 붙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역시 베트남에서는 탁숨도 걷는 것을 싫어하는 가 보다 하면서 혼자서 웃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걷는 것 참 싫어해서요.
한국 사람들은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손바닥에 떨어져 당황하는 탁숨을 봤을 때 상당히 귀엽게 생겼습니다. 눈도 맑은 눈으로 툭 튀어 나와 있지만, 참 맑은 순박한 눈을 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몸의 색깔은 연두색(제가 색약이라서 색깔 구별을 쉽게 하지는 못합니다.)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리가 4개 있고, 꼬리가 있습니다. 가끔 싸움을 하는지 꼬리가 없는 탁숨도 한 번씩 보기도 합니다. 그 꼬리를 다른 탁숨에게 선물을 하지는 않았을 테고 말이죠. 배가 고파서 설마 …
탁숨의 문제는 그 외모가 아니라, 이 놈들의 배변습관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합니다. 이사를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바닥(베트남에서는 방에도 타일을 깔고서 침대에서 잠을 잡니다.)에 쥐똥이 있는 것입니다. 집을 새로 짓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쥐가 … 친구가 하는 말이 쥐가 아니라 탁숨의 똥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유심히 보니 크기는 쥐똥 보다는 아주 작은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하지만 꼭 그 생김새는 쥐똥과 유사합니다. 많은 날은 방바닥에 7~8개 까지 치운 날이 있으니 이 탁숨들이 먹는 벌레의 양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탁숨은 벌레를 잡아 먹기 때문에 사람에게 좋은 존재 인 듯 합니다. 한 번은 제가 멍하니 벽을 쳐다 보고 있는데, 탁숨이 벽을 타고 와서는 전등 주위로 놀고 있는 벌레를 잡아 먹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베트남 친구가 탁숨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벌레를 잡아 먹으니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인 것 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똥만 아니면 좋은데… 탁숨이 벌레를 잡아 먹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친구 딸 아이에게 보여주니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고서 노니 애기 보기는 참 편하더군요.^^
탁숨의 울음 소리는 “따께오”라고 합니다. 의성어는 나라마다 틀리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귀에는 따께오로 들린다고 하는군요. 베트남의 빈대떡 반세오를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기름에 음식을 하면 “지글지글”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세오세요”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어쨋던 탁숨의 울음소리는 따께오라고 하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뻐꾹”이라는 소리로 동네 과년한 처녀를 총각들이 불러냈다고 해서 여자에게 말을 걸 때를 뻐꾸기 날린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동네 총각이 동네 사랑하는 처녀를 부를 때 “따께오”라고 한다고 하는 군요. 그럼 집안에 있던 처녀가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부모의 눈을 피해서 집 밖으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베트남에서는 따께오를 날리는 군요.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디를 가나 총각 처녀의 사이에는 날리는 존재들이 꼭 있는 것 같습니다. 나라는 달라도 말이죠.
태국에서는 찡쪽이라는 이름으로 이 도마뱀을 부른다고 합니다. 아마도 태국에서도 찡쪽을 날리는 것은 아닌지…한국은 도시화가 진행되어서 벌레도 잘 없고 그래서 이런 녀석이 없는 지도 모르죠. 하지만, 탁숨 같은 놈이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서 만날 그런 낭만적인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런 울음소리는 젊음을 돌려줄 추억의 도시락 같은 그런 존재일 테니까요.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려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앗! 벽에 또 탁숨이 벌레를 잡을 준비를 하는 군요. 내일 아침이면 방바닥에 똥을 여러 곳에 흘려 놓은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별로이지만, 밤에 벌레를 다 잡아 먹어서 잠을 잘 때 좀 편하게 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